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아마츄어증폭기의 심정, 가사에서 진심을 느꼈던 것들
    음악 2019. 9. 26. 00:33

     

    이제는 한받으로 불리는 아마츄어증폭기의 2004년 발매 앨범인데

    쭉 들어보면 참 이렇게 슬픈 앨범이 없다.

    내가 이 앨범을 해석한 방식은 아마 사족이 많이 들어갔을텐데 그래도 없는 글솜씨로라도 써보고 싶다.

    너무 인상깊어서...

     


     

    2005년 럭스의 그 사건이 있기 전이라도 아마 이런 인디밴드/프로젝트는 전혀 돈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상업성을 조금 붙이거나 전위적인척(진짜 전위음악을 좋아하던)을 하거나 했다면 나처럼 허영심이 가득찬 인간들에게 추앙을 받기라도 하며 펑크정신이던 예술정신이던 아니면 그냥 정말 좋아서 하던 본인들만의 신념을 지탱했을텐데 그런 음악도 아니다.

     

    초라한 목소리와 노래 솜씨

    통기타 하나로만 진행되는, 서사같은 것도 욕심이 없는 단촐한 흐름

    헤드셋으로 녹음한 듯한 음질

     - 실제로 직접 녹음했다고 하는데, 이마저도 라이브를 들어보면 앨범버전은 많이 개선된걸로 보인다. 더블링도 들어갔고 한거 보면 프로듀싱은 한듯

     - 그래도 이런 음악은 이런 녹음상태가 Lo-fi 같은 느낌이 잘 어울리긴한다.

     + 아마츄어증폭기 블로그에서 읽었던 것 '같은데' 이 앨범을 만들 때 코드도 제대로 몰랐다고 한다.

     

    어딜봐도 고평가를 받기 힘든 요소들 투성인데 소수의 힙스터들에게 아직도 기억되고 있다.

     

    내가 이 앨범을 슬프게 받아들이는 이유는 가사 때문이다.

     

    이 앨범을 만들 당시를 생각해보면

    많은 인디밴드가 그러했고 지금도 대부분 그러하듯

     

    1. 아주 높은 확률로 돈이 안될 것을 알고있다.

    2. 음악적으로 교감하는 관계가 아니라면 '예술을 하는구나' 라고 인정받기도 힘들다.

     

    그런데 이런 환경에서 만든 음악은 대부분...

    자신의 처참한 심정을 가사로든 음악적으로 표현한다. (힙합이 이걸 아주 직설적으로 표현한다.)

    아니면 자기가 정말 재능이 있다는걸 어떻게든 보여주려고 한다. (이것도 한국은 특히 힙합이 비트 트렌드가 아주 빠르게 변하는 것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앨범은 다르다.

    저렇게 인정받지 못한다는 걸 알면서

    아무런 꾸밈없는 목소리와 솜씨로 그걸 숨기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외로운 별인 당신에게 라고 노래한다.

     

    이 곡의 첫가사가 나에게는 굉장히 결정적이었던 것 같다.

     


    나는 슬픈 일이 있을 때, 친구가 힘내라고 위로해주는 것과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장난을 치는 것 중에

    후자가 더 고맙다.

     

    그래서 이 앨범의 감성이 흔한 감성인데도 유독 진심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인정받을 욕심없이 아무런 겉치레, 기교 없이 진짜 하고싶은 말을 하는게 느껴진다.

     

    유명한 곡 중에 비슷한 감성을 다룬 곡이 있는데 프라이머리&이센스의 독 이라는 곡이다.

     

     

    성공신화가 아닌 현실적인, 비참하기도한 성장기를 다룬 가사인데

    이 곡도 가사가 참 인상적이다.

     


    '자유롭고 싶은 게 전보다 훨씬 더 심해진 요즘 난 정확히 반쯤 죽어있어'

     

    '꽉 쥔 주먹에 신념이 가진 것의 전부라 말한 시절엔 겁먹고 낡아 버린 모두를 비웃었지 

    반대로 그들은 날 겁 줬지  나 역시 나중엔 그들같이 변할 거라고 어쩔 수 없이

    그러니 똑바로 쳐다보라던 현실 그는 뛰고 싶어도 앉은 자리가 더 편하대

    매번 그렇게 나와 너한테 거짓말을 해'

     

    '그 담배 같은 위안 땜에 좀먹은 정신 

    어른이 돼야 된다는 말 뒤에 숨겨진 건 최면일 뿐

    절대 현명해 지고 있는 게 아냐 안주하는 것뿐 줄에 묶여있는 개마냥 

    배워가던 게 그런 것들뿐이라서 

    용기 내는 것만큼 두려운 게 남들 눈이라서'

     

    '날 걱정하는 듯 말하며 니 실패를 숨겨도 돼 

    다치기 싫은 마음뿐인 넌 가만히만 있어 그리고 그걸 상식이라 말하지 

    비겁함이 약이 되는 세상이지만 

    난 너 대신 흉터를 가진 모두에게 존경을 이겨낸 이에게 축복을'

     

    어른이 되어야 한다. 현실을 보라는 지긋한 조언들에

    너희들도 원래는 꿈이 있었으나 현실과 타협한 것이겠지,

    그게 어른이라고 최면을 걸면서, 난 너네말고 끝까지 간 사람들이 더 존경스럽다. 라는 메시지를 담아냈는데

     

    이렇게 남들과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진심을 느끼기에 참 효과적 인 것 같다.

     

    이센스의 대사처럼, 아마츄어증폭기처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인정받지 못하고, 어른이 되라, 현실을 봐라 같은 말에 휩쓸리면서 버티고 버티다가 빛을 못보고 끝났을까?

    그런데 그런 사람들에게 철이 덜 들었다고 할 수 있을까?

    어떻게 보면 나는 그런 사람들이 부럽기도 하다.

    남들과 다른 길을, 모두가 틀렸다고 하는 길을, 자신조차 확신할 수 없는 길을 몇 년이고 참아가며, 자기혐오에 휩싸이며 관철한다는 것이... 시작도 큰 용기가 필요하고 과정도 무척 고통스러울 것 같다. 자기도 확신이 없으니까

     

    이센스는 랩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시점에서 아무것도 없이 서울로 상경해서 생활했다고 한다.

    성인이 된 후 가장 먼저, 크게 체감되는 자유가 자취인데, 그런 생활도 자유롭지 못하다고 느낀 것이다.

     

    반복적인 이야기다. 어른이 되어야 한다, 현실을 보라, 그걸론 먹고 살 수 없다

     


    자기도 책임 질 수 없는 사람이 건내는 위로를 어떻게 가식이라고 할 수 있을까?

    위로를 받지 못했던 사람이 불특정 다수에게 진심으로 위로한다는건 참 고맙고 감동적이다.

    아마츄어증폭기는 잊혀졌고 더더욱 잊혀질 것이지만 이렇게 감동적인 위로는 앞으로도 만나기 힘들 것 같다.

    가식적인 미사여구 없이, 힘내라는 말도 안하고, '너도 외롭다는 걸 안다' 한 마디로 모든게 느껴지는 가사였다.

     

    '음악'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프로그레시브 록  (0) 2019.10.13
    Gustav Holst - Jupiter  (0) 2019.10.04
    의미있고 부러운 성공한 아티스트들  (0) 2019.10.02
    요즘 버스 지하철에서 맨날 듣는 음악  (0) 2019.09.25
    Fontaines D.C. - Dogrel을 듣고  (0) 2019.09.24

    댓글

Designed by Tistory.